연애의 문제에 있어 여자는 꽤나 합리적이나 멍청하다. 물론 남자도 그와 비슷하거나 더 심하다. 심리 전공자이자 나름 연애학 전문가인 내 친구가 추천해 준 '선택하는 남자'를 읽고 든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생각할 때, 이성으로서의 매력 정도가 자신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을 만나는게 좋다고 판단할 것이다. 내 짝의 매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내가 만족감을 얻을 확률은 높아지기에.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떠한 과정 속에서 우리의 연인을 택하는 것일까?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은 번식방법으로 이성선택을 택했다. 수컷들끼리 치고박고 싸워 이긴 수컷이 암컷을 독식하는 동성선택과 달리, 이성선택은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를 하고 암컷이 수컷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를 인간에 대입하여 생각하여 보자. 여자가 남자를 선택하기에(물론 여기에는 여자가 임신, 힘의 차이의 요소들에 따라 더 신중해야 하는 점이 작용한다) 여자는 짝의 선택에 있어 남자보다 더 많은 부분을 고려한다. 또한 여자는 지금 나에게 구애하고 있는 남자가 나중에도 나에게 잘해줄 것인지, 위험한 남자는 아닌지, 그리고 나의 짝으로 투자를 할만한 상대인지 구별하기 위하여 더 많은 확인을 하고 싶어 한다.
이는 마땅히 합리적이나 꽤나 멍청한 전략이다. 자연상태의 인간과는 달리 현대의 우리는 문명의 발달로 인해 피임도구, 사법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누린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귀기 전에 자존심을 부리고 확인을 위한 기준을 심각히 높여버리면 실제로 사귀었을 때 잘해 줄 좋은 남자는 허들에 가로막히고 책임을 질 생각이 없거나 실제로는 잘해 줄 생각이 없는 남자들이 남게 될 수 있다.(흔히 말하는 경제학에서의 역선택 문제이다.)
이번엔 남자의 경우를 조명하여 보자. 이성선택에 의해 남자는 여자를 좀 더 적게 평가하고 더 많이 원한다. 또한 남자는 여자에 비하여 짝의 선택에 따른 리스크가 비교적 크지 않다. 그렇기에 남자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구애하는 것에 있어 훨씬 적극적인 편이다. 야생에서는 애초에 이성과 만날 기회 자체가 부족하고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 그렇기에 구애의 시도 횟수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다.
현대사회는 물론 야생과 다르다. 현대에는 누릴 수 있는 자원이 훨씬 많아졌고 남자도 여자와 사회적으로 접할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여자들이 남자에게 원하는 요소들이 더욱 다양화된 사회에서 그저 무턱대고 들이대는 시도를 해보아도 특별한 매력이 없는 이상 좋은 결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남자들이 행하는 이 시도라는 것은 대단히 멍청한 실수들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이 책은 연애가 하고픈 남자들에게 약간의 합리성을 포기하고 똑똑해지는 방법을 가르친다.
버리 이론: 실수를 안 하는 것이 가장 똑똑한 전략이다.
말 그대로 연애를 하기 위해서는 연애에 관련된 이상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버리 이론. 이 버리 이론이 '선택하는 남자'의 핵심 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우리의 눈앞에 내 이상형에 꼭 맞는 매력적인 여성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이하 여성의 경우 남성. 제3의 성별의 경우 적절한 대상을 직접 생각해 보길) 우리는 이 매력적인 여성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집요하게 말을 걸거나 플러팅을 할 수 있다. 어쩌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력을 과시하거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프레임을 높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의 매력과 여성의 매력은 터무니없이 차이가 나기에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실수들을 범하지 않는 게 성공적인 연애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책에서 버리 이론과 같이 다루었던 내용 중에는 특히 바보의 사랑과 섀도우 복싱이 인상깊었다. 바보의 사랑은 착한 사람이 된 채 연애를 바라고만 있지 말고 적절한 행동을 해야함을 말한다. 우리가 관심있는 여성에게 잘해주어 착한사람으로만 남게 되면 "그 사람은 착하기만하고 남자로는 안보여"나 "관심이 없는데 잘해줘서 부담스러워."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이것이 얼마나 멍청한 상황인가. 섀도우 복싱은 흔히 말하는 쓸데없는 기싸움이다. 모임에서 한 여성을 두고 남자 둘이서 기싸움을 하는데 그렇게 해봤자 자신을 둔 기싸움을 좋게 생각하는 여성은 질이 꽤나 떨어지는 사람일 것이고 기싸움을 유치하게 생각하는 여성은 다른 사람과 사귈 것이다. 죽 쒀서 개 주는 일이 이렇게 발생 가능하다.
비언어적 태도의 중요성
작가는 비언어적 태도를 매우 강조한다. 그중에서도 패션은 자신의 외적 가치를 높이고 TPO를 맞추는 모습을 통하여 사회적 지능이 높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평가한다. 또한 나의 경험을 놓고 보면, 패션을 바꾸는 방법이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이어트와 성형은 자신의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는 시간과 많은 노력과 꽤나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성형은 매우 많은 비용이 소모되고 부작용의 리스크가 큰 방법이다. 이와는 달리 패션을 발전시키는 것은 조금의 노력으로도 상당한 변화를 인지 가능하고 여타 방법에 비해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방법이다. 노력을 통해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우리는 발전에 대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패션의 중요성에 매우 동감한다.
책에 언급된 다양한 비언어적 태도 중에 아이컨택의 방법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야기를 할 때 딱히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서구권과는 달리 눈을 쳐다보면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눈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말로 뜻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몇몇은 눈을 쳐다보기에 부담스러운 외모의 소유자이기도 했고. 그러나 상대방과 말할 때 상대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말하는 습관이나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쳤을 때 눈을 피하는 습관은 자신이 없다는 시그널을 준다. 따라서 상대방의 눈을 정확히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특히 관심 있는 여성과 눈을 마주쳤을 때 몇 초간 아이컨택을 하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단계: 매력 획득이 우선
자, 우리의 외모가 차은우라고 가정하여 보자. 그저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웃어주면서 고백하기만 해도 웬만하면 성공할 것이다. 사실 우리가 차은우라면 이런 책을 별로 볼 필요도 없다. 책 읽기를 때려치우자. 이게 무슨 쓸데없는 가정인지 태클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 그럼 이제 우리의 외모가 개그맨 이수근이라고 가정하여 보자. 이번의 가정에서는 방금 전의 웃어주면서 고백하기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에는 축구선수 박주호로 가정하여 보자. 이수근 씨의 사례보다 키가 커지고 피지컬이 좋아졌지만 차은우의 경우만큼 여성에게 그리 효과적일 것만 같지는 않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수근 씨와 박주호 씨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예쁜 아내와 결혼하였다.(내 친한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수근 씨가 젊었을 때 사귄 여성의 수가 엄청났다는 카더라설도 있다) 그렇다면 이 두 명은 외모가 차은우만큼 뛰어나진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매우 매력적인 여성과 이어질 수 있었을까? 이들은 외모 말고도 다른 자신의 매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의 연애 스토리는 들어보지 못하였지만, 이수근은 남들보다 매우 뛰어난 입담과 유머감각의 소유자이고 박주호는 남들보다 축구를 훨씬 잘하면서 운동능력이 좋다. 이러한 요소로 자신의 매력을 여성에게 어필한 것이라고 유추 가능하다. 물론 가정의 세명 다 돈이 많지만 그것은 지금 중요한 고려사항이 아니다. 어떤 요소이든 간에 예시의 세명 다 자신의 매력을 먼저 여성에게 어필하여 여성의 호감을 이끌어냈다. 이 매력을 먼저 뽐내는 것이 관심표현 앞에 전제되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일반적으로 더 많은 이성의 관심표현을 받는다. 그렇기에 단순히 무작정 들이대는 방법은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전략이다. 따라서 매력 획득하고 여성의 선관심 표현을 받고 일종의 썸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전자의 설계에 의해 자존심이 높은 여성이 먼저 관심을 표현했다면 우리는 그녀에게 우리도 관심이 있다는 보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여성은 이 남자가 내 짝이 되었을 때 나에게 잘해줄지에 대해서 테스트를 할 것이다. 우리는 이 테스트를 통과하여 우리가 목표로 했던 여성과의 연애를 쟁취할 수 있다. 뭐 이렇게 복잡하고 귀찮은 방법인가 라는 반론은 접어두자.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책은 약간의 불편한 비합리성을 택하고 연애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여성의 특성을 인정하고 비합리를 감수해야만 똑똑한 전략을 택할 수 있다.
우리의 실질적인 경쟁자는 단 3명이다.
나에게 선택받은 남자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귀이다. 이 명제는 "나는 연애하기에 눈이 너무 높아", "내가 어떻게 저런 여자랑 사귈 수 있을까", "나의 경쟁자와 이기기 위해서는 무리해서라도 호감을 얻어야 해"와 같은 생각을 단번에 날려준다. 무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연애 상담가로 인정받는 이의 공언이면 믿을만하지 않은가. 나는, 그리고 우리는 연애에 너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이 책을 읽고 연애를 어떻게 시작하는가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날 때이다.
'선택하는 남자'는 매우 비싸다. 현실에서 만져지지 않는 책 주제에 무슨 몇십만 원이나 되는 몸값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것이 거의 유일한 이 책의 단점이다. 책에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들이 훨씬 더 자세히 적혀있고 언급하지 않은 방대한 양의 방법론들이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연애를 하고 싶어 고민하는 남자들에게 가장 먼저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연애를 하지 못해 힘들었던 4년 전의 나에게도, 이상형을 만났지만 방법을 몰라 헛짓거리를 했던 3년 전의 나에게도, 그리고 겨우 시작한 연애가 너무 힘들었던 2년 전의 나에게도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친구의 추천으로 읽게 된 것에 감사하고 책에 적힌 방법을 열심히 시도해 볼 생각이다.
선택하는 남자(손수현)
https://pudufu.co.kr/home/pdf_detail_page/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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