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토익 한 달 만에 965점 만들기

DeleT_eR 2024. 1. 27. 22:47

 

 

1월 24일. 나는 결국 염원하던 토익 915점을 훨씬 상회하는 965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내가 토익을 치자고 마음먹은 지 약 한 달 반정도 만이었다(실제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친지는 약 한 달 여만).

 

시간을 낭비하기 싫어서, 그리고 나의 영어 수준이 궁금하여서 무작정 토익에 도전한 것치고는 꽤 괜찮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몇 가지의 중요한 전략들을 세웠는데 이 전략들이 내가 목표에 도달하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경험을 교훈 삼아 더 발전하기 위하여 내가 시도하였던 방법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탐색전: 시험 파악하기

 

12월 초에 내가 토익을 치기로 마음먹고 맨 처음 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나는 토익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서점에서 기본서를 뒤적거리며 토익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이 나오는지, 시간은 얼마나 주는지 등의 기초적인 정보를 파악하려고 하였었다.

 

그 당시 나는 이미 토익을 치기 위하여 한 달 뒤의 토익 시험을 신청한 상태. 즉, 타임 리미트를 이미 설정 해놓은 상태였다. 내가 나에게 설정한 한 달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토익이 어떤 시험인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나는 대형 서점에서 거기에 있는 토익 기본서들을 펼쳐놓고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당시 내가 선택한 토익 기본서. 어떤 유형의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 괜찮았다.

 

토익 기본서들을 뒤지며 얻게된 정보, 인터넷에서 얻게 된 정보, 그리고 새로 산 기본서를 며칠 만에 떼면서 얻게 된 정보를 연습장에 정리하며 토익이 어떤 녀석인지 파악하였다. 내가 중요하게 파악한 정보는 토익 시험 형식, 시간, 문제 유형, 풀이 방법이었다.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어떤 식으로 토익을 준비할지 생각하였다.

 

 

모의전: 모의고사 일단 쳐보기

 

지피지기면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는 옛날에 잘 나신 전략가가 자신의 병법서에 적은 글귀라고 한다. 그분이 누군지 중요한 것은 아니고, 지금은 글에 담긴 뜻이 더 중요하다. 나를 잘 알고 적을 잘 알면 백번을 싸우더라도 위태롭지 않을 수 있다. 이는 내 토익 준비에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책을 뭐 사야할지, 인강이나 학원을 끊어야 하는 것인지 등등 토익 준비 초기 당시 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주위에서 토익을 준비하면서 사용했던 방법은 수많았기에 오히려 많은 정보가 나를 방해했다. 그러나 내가 나에 대하여 알고 있던 것은 몇 년 전 수능 영어에서 한 문제 차이로 2등급을 받았다는 사실과 대학에서 원서와 영어 논문들을 몇 개 봤다는 게 다였다. 즉, 내 영어 실력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어떻게 되던 간에 일단 모의고사를 쳐보는 것이었다. 

실제 토익 성우와 실전 모의고사라는 말만 듣고 고른 문제집

 

무턱대고 모의고사를 쳐보니 내 실력과 한계점이 명확하게 보였다.(나는 내 목표에 한참 못미치는 30여 개를 틀리면서 시간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특히 파트 3과 4에서 듣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고 파트 5는 문법, 파트 7에서는 해석은 다해놓고 국어 문제를 이상하게 생각해서 틀렸다) 또한 토익이 이런 시험이구나라는 감이 잡혔다. 

 

 

실전: 실전 같은 연습

 

내 상태가 어떤지 알았으니 이제는 내 실력을 늘려서 목표에 다가가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었다. 보통의 토익 응시자들이 준비하는 왕도는 이른바 국룰이라는 해커스 빨갱이 파랭이 책을 사서 보고 학원이나 인강을 등록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 사람들과 나는 다른 상황임을 모의전에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내 영어 실력은 토익 응시자 대비 평균 실력보다는 좋은 편이었다. 문제는 내 목표가 내 현재 능력보다는 높고 실수가 너무 많았다는 것. 최초로 모의고사를 3회 정도 쳐보니 앞에서 언급한 나의 약점보다도 더 긴급한 문제는 실수였다. 분명히 해석을 다 해놓고 잘못 보아서 틀린다던가, 문제를 잘못 이해했다던가, 분명 아는 내용을 빨리 풀다가 틀린다던가 등등 내가 실수로 틀리는 부분이 몰라서 틀리는 부분보다도 많았다. 이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실전에 약해서 실수를 계속한다면 가장 간단하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 실전을 계속하여 실전에 익숙해지는 것. 토익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모의고사를 계속해서 푸는 전략은 실수를 줄이며 내 영어실력도 늘리고 시험에 더욱 익숙해지는 일석삼조의 선택이었다.

 

위에 언급한 모의고사와 함께 내가 열심히 풀었던 모의고사. 가장 최근의 기출 모의고사였기에 선택하였다.

 

특히나 나는 문제집과 다른 기타 모의고사 총 22회를 풀면서 최대한 하루에 하나의 모의고사를 풀고, 시험 전 2주 동안은 실제 토익 시간에 맞추어 모의고사를 풀었다. 최대한 시험장 변수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모의고사를 계속 치며 나의 영어 실력은 계속해서 늘었다. 실수도 처음보다는 차츰 줄어들었다. 야근 다음날은 무조건 시험을 조졌기에 시험 전날은 잠을 잘 자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커피를 엄청 마시거나 아침을 든든하게 먹기보단 딱 레스비 반 캔이 나에게 적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준비는 내가 토익 고득점을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내가 쳤던 모의고사 결과를 정리한 분석표 예시. 각 파트별로 정리하여 약점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일기토: 문법과 나의 일기토

 

내 평생동안의 영어시험에서 내 발목을 잡는 세 가지. 그것은 단어, 실수, 그리고 문법이었다. 언제나 암기 위주로 공부를 했었기에 영어 문법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워야 할 중학생 때부터 나는 시험 범위의 문법을 암기하고(심지어는 지문을 통으로 외우고) 시험이 끝나면 잊어먹어 버렸다. 이런 내가 문법이 고질적으로 약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단어는 토익에서 나오는 단어 자체가 쉬운 편이고 어려운 단어들도 매우 자주 보이는 단어들이기에 그때 그때 외웠다. 실수도 계속 모의고사를 치며 극복해 나갔다. 그런데 문법만큼은 잘 늘지 않았다. 오히려 치면 칠 수록 파트 5와 6의 문법 문제들을 더 많이 틀리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서점으로 갔다. 여러 RC책들을 뒤적거리며 중요한 문법 위주로 정리해놓은 ETS의 토익 단기공략 Part 5&6이라는 책을 골라 풀었다. 특히 이 책을 공부할 때는 이해를 하려고 노력했고 중요한 부분을 따로 정리해서 암기했다. 

중요한 문법 위주로 되어 있고 기출 문제가 많아 선택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이 앏았다

 

나는 이 책을 단 몇 일만에 떼면서 토익에 자주 등장하는 문법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많은 응용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이는 내가 실제 토익 시험에서 고득점을 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파트 5, 6에서 무조건 8문제 이상을 문법 때문에 틀렸다고 생각해 보자. 고득점은커녕 내가 처음 목표했던 점수에 근접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마지막쯤에 내 취약점인 문법을 보완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결전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토익 당일 나는 언제나처럼 레쓰비 반캔을 마시고 남은 주먹밥 몇 입을 먹고는 고사장으로 출발했다. 내가 가야 할 고사장은 마케팅고등학교. 빨리 출발하였음에도 우리 집에서 멀기도 했고 가는 길에 버스가 내릴 곳을 지나치기도 했어서 그런지 고사장에 도착하자 이미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었다. 화장실에 가면서 굳이 한양대 영문학과 과잠을 입고 온 사람과 마주치기도 하고 나이 드신 아주머니가 부산스럽게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는 등의 독특한 풍경등을 보았다. 맨 뒷자리라 좀 그랬지만 창가 쪽이기에 창틀의 공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위안 삼아 시험을 준비했다.

 

인생은 노빠꾸. 나를 대학에 붙여주신 논술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다. 인생은 게임처럼 세이브 데이터가 있는 것이 아니고 물릴 수가 없기에 그때 너의 최선의 선택을 하고 믿어라는 가르침이다. 논술 선생님은 우리가 수능 치기 거의 직전 수업에서 자신이 서울 법대를 붙은 얘기를 무용담처럼 들려주시며, 자신이 입시 시험을 치를 때 인생은 노빠꾸라는 말을 마음속으로 되내이며 시험을 보았다고 한다. 나도 그를 본받아 중요한 시험이 있을 때면 그 말을 생각한다. 토익 시험 당일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걱정했던 파트 5가 쉽게 나왔지만 듣기 문제를 몇문제 놓치고 마지막 지문에서 시간이 부족하여 날림으로 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버벅거리지 않고 버릴 것은 버리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문제만을 최선을 다해 풀었다. 시험은 실제시간 120분 체감 시간 12분 만에 끝이 났고 그저 그런 얼떨떨한 마음으로 고사장을 맨 마지막에 퇴실했다. 이상이 내 한 달여 동안의 토익 시험 기록이다.